바이경 샴푸를 만들기까지
짧은 머리가 무서웠던 이유
입대 전,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짧은 머리였다.
내 두피는 오돌토돌한 뾰루지로 엉망인 상태였다.
사회에서는 머리를 조금 길러 자연스럽게 가릴 수 있었지만,
군대에 입대하면 머리를 짧게 잘라야 하니 더 이상 감출 수 없었다.
그게 당시에는 정말 큰 고민이었다.
누군가는 굳이 왜 감추냐고,
뭐가 그렇게 창피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용실을 다니며 내 두피를 보고 보이는 반응들을 직접 겪다 보면,
자연스럽게 감추게 되고 부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2012년, 입대 그리고 이발과의 전쟁
다행히 입대 후에는 내 두피를 보고 놀리거나 수군거리는 사람은 없었다.
그 점은 괜찮았지만, 주기적으로 이발을 해야 하는 것은 여전히 큰 스트레스였다.
이발병도 초보였던 시절,
바리캉으로 머리를 밀 때마다 뾰루지가 터졌다.
결국 내 머리를 깎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보고까지 할 정도였다.
그래서 특혜 아닌 특혜를 받았다.
다른 사람들보다 이발 주기를 훨씬 길게 가져갔다.
그때부터 전역할 때까지는 약을 꾸준히 복용했다.
처음에는 매일,
그다음에는 3일에 한 번,
이후에는 7일에 한 번.
조금씩 복용 주기를 늘려가며 관리했다.
약을 먹으면 확실히 좋아졌다.
두피뿐 아니라 얼굴 여드름까지 함께 좋아져 효과 자체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부작용이 문제였다.
어떤 날은 기분이 지나치게 좋았고,
어떤 날은 아무 의욕도 생기지 않을 정도로 무기력했다.
이 두 가지 반응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약을 먹는 것 자체가 두려워질 정도였다.
그래서 나중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복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역 후에는 어떻게든 약을 먹지 않는 방향을 선택했다.
그때부터 형을 통해 좋다는 샴푸는 정말 많이 사용해봤다.
(형이 미용실 원장이다.)

전역 후, 직접 샴푸를 만들다
그리고 화장품 제조사를 찾아가
직접 샴푸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몇몇 친구들은 판매하려고 만든 제품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오롯이 나를 위해 만든 샴푸였다.
다만 제조사는 일정 수량 이상 생산해야만 제작이 가능했기에
어쩔 수 없이 판매도 함께 진행했을 뿐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당시 지루성 두피 샴푸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제품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정제수를 넣지 않고 페퍼민트 잎수를 베이스로 사용했고,
두피에 도움이 되는 원료들을 아낌없이 담았다.
무엇보다 내 두피가 반응하면 다시 수정하고,
또 반응하면 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내 두피가 더 이상 반응하지 않을 때까지
수없이 샘플 테스트를 거쳐 만든 제품이었다.

독보적이었지만, 오래가지 못한 제품
물론 그 당시에는 제조와 유통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다.
결국 제품은 오래 판매하지 못하고 단종하게 됐다.
제품은 좋았지만,
제조와 유통을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니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제품을 단종한 뒤에는 정말 많은 분들이
다시 만들어 달라는 연락을 주셨다.
“시골에 계신 아버지가 이 샴푸만 사용합니다.”
“두피 뾰루지에 효과를 본 제품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가격이 올라가도 괜찮으니 다시 출시해 주세요.”
이런 메시지를 정말 많이 받았다.
그래도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재출시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분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공장과 협의해 소량을 웃돈을 주고 생산해
창고에 보관하며 나도 사용하고,
기존 고객분들에게만 약 2년 동안 보내드렸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으로 단종했다
두피 샴푸는 다른 헤어 제품보다
훨씬 만들기 어렵다.
일반 헤어 제품은 핵심 원료가 단종되더라도
대체 원료를 찾는 것이 비교적 가능하다.
하지만 두피 샴푸는 다르다.
아주 작은 원료 하나만 바뀌어도
나처럼 예민한 두피는 바로 반응할 수 있다.
그래서 대충 테스트하고 출시할 수 없다.
제품이 아무리 만족스럽게 완성됐더라도,
사용한 원료가 향후 단종되지는 않을지,
대체 원료로도 같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을지,
제조사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한지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헤어 제품 사업을 계속하면서도,
수요가 많았던 두피 샴푸는 지금까지 쉽게 출시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의 바이경
이제는 그동안의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했다.
여전히 테스트는 내가 직접 한다.
기준도 단 하나다.
내 두피가 반응하는가,
반응하지 않는가.
수년 동안 누구보다 많은 샴푸를 사용했고,
누구보다 많은 실패와 테스트를 반복했다.
그래서 두피 트러블로 오랫동안 고민해 온 사람이라면,
이번만큼은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이 제품은 단순히 판매하기 위해 만든 샴푸가 아니다.
오랫동안 내 두피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그대로 담아낸 결과물이다.

